Highsnobiety

(Frontpage 168)

“제가 힘이 되어 줄게요”: 홀랜드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

In this Korean language-edition of our FRONTPAGE story from the new issue of Highsnobiety Magazine, Holland opens up about his journey as the first openly gay K-pop idol. Find the story in English here.

저는 고태섭이라는 이름으로 외동으로 태어났습니다. 혼자 산지는 꽤 됐어요. 서울 근교에서 태어나 일산 쪽에서 학교 다녔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그림을 전공하다가 당시에 만나던 남자친구가 사진을 전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서로의 피사체가 되어주면서 취미로 하다가 사진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사진은 LGBTQ 친화적인 분야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집 같은 걸 보면 동성애에 대한 작품이 많아서 처음으로 뭔가 해방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LGBTQ에 대해 더 공부하게 되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이런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게 사진을 배우고 나서인 것 같아요. 그게 고등학교 3년 동안이었으니까 아마 17살쯤이었을 거예요.

제 진짜 꿈은 항상 아티스트였어요. 케이팝이 한창 활성화됐을 때 제가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학교폭력을 당했고, 당시엔 LGBTQ에 대해 말을 하는 곳이 팝 문화밖에 없었어요. 퀸이나 데이빗 보위, 레이디가가나 마룬 파이브가 LGBTQ 인권에 대해 얘기하는 것에 크게 영감을 받았어요. 그리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뉴욕으로 한 달 여행을 갔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해외를 갔는데 정말 넓은 세상이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뭐지? 라고 스스로 물었을 때 그게 가수였어요. 노래로 10대,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사랑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게 원래 꿈이었구나.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한 거 같아요.

[제 성 정체성은] 중학교 때 알았어요. 초등학교 때 긴가민가하다가. 가족은 한 7, 8년 속였죠. 엄마는 중학교 때 제가 게이라는 걸 알면서 계속 부정했던 거 같아요. 게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학폭위가 열리고 엄마도 짐작했겠죠. 그런데 ‘어리니까 아직 애가 혼란스럽나보다’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 이후로 제가 데뷔를 할 때 커밍아웃했어요. [부모님이] 엄청 많이 울었어요. 너무 미안하다고.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계시더라고요. 무조건 제 편을 들 거라고 얘기 해주셨어요. 만약에 너를 싫어하는 가족이 있으면 본인들이 다 감내하면서 가족이랑 연 끊을 준비도 되어있고 네 편이 되어줄 거라고 했어요. 제가 그만큼 가족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예쁨 받을만한 사람이라 저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날 모르면 손해지.

홀랜드라는 이름은 데뷔 직전에 지었어요. 유통자료를 어떤 내용으로 정해야할지 촉박한 상황에서 지었는데 네덜란드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동성애 결혼이 인정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고 누가 어떤 사랑을 하든 신경 쓰지 않을 거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동경했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곳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네덜란드의 다른 이름인 홀랜드로 짓게 됐어요.

이번에 새로 내놓은 앨범이 제 인생의 두 번째 챕터라고 생각합니다. <넘버보이>는 숫자에 관한 내용이에요. 모든 사람이 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몇 명인지, 스포티파이에 제 노래를 몇 명이 들었는지, 몇 명의 팬들이 있고 몇 장의 티켓이 팔렸는지. 그런 게 모두 수치화됐잖아요. 근데 그게 슬프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날 숫자로 판단할 거면 내가 조금 더 높은 숫자를 가지는 사람이 될게’라는 각오가 담긴 노래예요. 이 노래를 쓰게 된 계기는, 작년 남자친구가 처음엔 제가 홀랜드인지 모르다가 나중에 알게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를 좋아하는 건지 숫자가 높은 연예인 홀랜드를 좋아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행동들을 했어요. 근데 제가 그 아이를 너무 사랑했는지, 더 노력하고 싶은 거예요. 더 성공하고 싶은 거예요. 거기서 <넘버보이> 영감을 얻었어요.

Top LE PÈRE BY E( )TY Shorts JW ANDERSON
Highsnobiety / Louis Lee, Highsnobiety / Louis Lee

제가 하는 역할은 에이전시가 하는 역할에 더 가까워요. 처음에 무슨 얘기를 할지부터 시작해요. 이 얘기를 하려면 어떤 프로듀서랑 일을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하고 레퍼런스를 공유하며 가사를 일기장처럼 써놔요. 제가 큰 그림을 가지고 가면 프로듀서님이 잘 만들어 주시고. 곡을 만들면 비주얼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은 누구이고 헤어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는 누구지? 메이킹을 하면서 제가 직접 컨택해요. 그 뒤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티저를 뿌릴지, 어떤 방식으로 인터뷰하고 어떤 말을 해서 언론자료를 뿌릴지까지가 제 역할인 거 같아요.

항상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한국에 [게이 아이돌] 레퍼런스가 없어요. 물어볼 데도 없고 제가 만들고 개척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어서 그런 것들이 좀 힘들죠. 제가 단순히 ‘퍼스트 게이 케이팝 아이돌'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 같아요. 패션계의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패션계는 그 어떤 업계보다도 LGBTQ의 서포팅을 하려고 하는 입장이고 홀랜드라는 캐릭터를 가장 매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장이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패션업계에서 저를 찾은 것도 있고. 제가 거기서 잘 해낼 수 있었던 건 제가 사진을 전공했기 때문에 어떻게 찍어야 잘 나오는지 조금은 이해도가 있어요. 자연스럽게 패션계에 노출이 되면서 화보를 찍을 기회, 행사를 갈 기회, 패션위크에 갈 기회, 패션 업계에서 활동할 기회. 그런 것들을 예쁘게 봐주신 거 같아요.

누군가는 저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저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단순히 안 좋게 얘기하면 ‘특별할 게 없는 게이.’ ‘게이가 아니면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근데 저 스스로가 아티스트라고 믿으면 분명히 성장할 기회가 있어요. 최종 목표는, 나중에 제가 교과서에 나왔으면 좋겠어요. LGBTQ에 대해 어린 친구들이 교과서에 공부하게 될 시절이 왔을 때 저에 대한 언급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지나가다 팬분들을 만났는데, 대학교 케이팝 전공에서 저에 대한 수업을 하고, 시험에 제가 나온다는 거예요. 그게 제게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어요.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교과서는] 가보가 될 거예요.

저는 사랑할 때 에너지를 많이 얻고 쓰는 편이어서, 저와는 떼놓을 수 없는 거 같아요. 제가 팬들을 사랑하듯 저는 사람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사진을 시작한 이유도 사랑이었고, 대학교를 진학하게 될 수 있었던 것도 사랑이었고, 제가 사랑을 나눠주고 싶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데뷔했고, 그간에 사랑을 하면서 썼던 작업물도 있고. 글쎄요, 사랑이 뭘까요? 일단 보이지 않는 영역이잖아요 사랑이라는 게. 사랑받지 않고 싶어 하는 인간이 어딨겠어요. 아, 멋있는 말이 안 나오네.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사랑을 너무 하고 싶고 빨리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때 어떤 일을 당했는지 얘기한 적이 잘 없어요. 중학교 때 좋아하던 남자애한테 고백하면서 불리(bully)는 시작됐고 그 친구가 소문을 내는 바람에 학교 일진한테 먹잇감이 됐고. 그냥 길을 걷다가도 모욕적인 말을 하고. 학교 끝나서도 쳐다봤다고 때리고. <경향신문>에선 아마 그 얘기를 했을 거예요. 점심시간에 저를 넘어뜨리고 줄넘기로 목을 감아 교실 몇 바퀴를 돌았다. 뭐 그랬죠. 요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인기가 많거든요.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말 밖으로 꺼내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런 사건들이 있어서 내가 좀 더 단단해졌나?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데 쉽진 않죠. 사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제가 데뷔한 거거든요. 그 사람들한테 증명하고 싶어서. ‘난 귀여움, 사랑받을 수 있어’라는. 저만의 복수였던 거예요. 근데 아직도 그 아이들한테 갇혀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살아도 되는데 굳이 데뷔해서 굳이 증명받고 싶어서 굳이 사랑받는 모습 보여주려고 연예계 활동을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아요. 아직 중학교 근처 동네를 가는 게 싫어요.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덕분에 행복해진 거 같지는… 나름대로 용서했다면 용서를 한 거 같아요. 제가 사랑받는 모습들을 보면서 조금 반성했으면 좋겠다.

제가 감히 뭐라고 누구에게 조언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게 중요하고 그걸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누굴 좋아하든 누굴 사랑하든 그건 정말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치료할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그러지 못한다면 저한테 힘을 빌릴 수도 있고. 저한테 얘기하면 되니까.

  • WordsYJ Lee
  • PhotographyLouis Lee
  • StylingSebastian Jean
  • GroomingSoosoo Kim
  • Productiont • creative
  • Executive ProducerTristan Rodriguez
  • Local ProducerCheongbin Lee
  • Production CoordinatorsMehow Podstawski & Zane Ho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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